유튜버 vs 물리학 교수… 물리법칙 두고 펼친 1만 달러 승부
UCLA 물리학과 교수와 인기 유튜버가 ‘바람보다 빠른 풍력 차’의 진위 여부를 두고 1만 달러 내기를 진행했다.
승자는 유튜버다.
■ 주요동향
데릭 뮬러(Derek Muller)는 유튜브 구독자 980만 명을 넘게 보유한 인기 과학 커뮤니케이터다. 지난 5월 그는 자신의 채널 베리타시움(Veritasium)을 통해 ‘블랙버드’라는 차량 영상을 올렸다. 전직 항공우주 엔지니어가 만들었다는 영상 속 차량은 풍력 동력임에도 불구하고 풍속보다 더 빠르게 달리는 것으로 보였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물리학의 에너지보존 법칙은 완전히 잘못된 것이 된다.
UCLA의 물리학과 교수 알렉산더 쿠센코(Alexander Kusenko)는 이에 대해 “잘못된 영상”이라며, “유튜브가 ‘나쁜’ 과학을 퍼뜨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뮬러는 블랙버드의 진실을 입증하기 위 해 1만 달러(약 1천1백만 원)의 내기를 제안했다. 여기에 과학교육 자이자 방송인 빌 나이(Bill Nye) 등 과학계 유명인들이 끼어들면서 판은 순식간에 커졌다.
몇 주간의 자료 교환 후, 쿠센코 교수가 제시한 실험 조건 하에 블랙 버드 주행 테스트가 이뤄졌다. 블랙버드는 시속 10마일의 순풍을 타고 2분 이상 가속을 했는데, 최고 시속은 27.7마일에 이르렀다. 결국 승자는 뮬러가 됐다. 쿠센코 교수는 이에 대해 “단지 차량이 순간 풍속보다 더 빠르게 움직이는 특정 구간이 있었기 때문”이라 고 설명했다.
이 실험과 관련한 동영상 2개는 각각 721만, 763만 건의 조회 수를 기록하며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21.8.16.기준). 댓글 역시 4만3천 건이 넘어가는데, 대부분은 “블랙버드가 바람보다 더 빨리 달리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쿠센코 교수의 의견에 동의하고 있다.
■ 현황분석
증가하는 유튜브 채널 속, 자극적인 정보로 ‘과학’에 도전하는 콘텐츠도 많아졌다. 극단적인 예로, ‘평평 한 지구 학회(Flat Earth Society)’라 불리는 사람들은 지구가 둥글다는 주장이 정부의 음모라는 내용의 영상을 제 작해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다. 미국과학진흥협회 (AAAS)의 한 포럼에서는 이 주제를 다루며, “과학에 대한 불신을 조장해 향후 발표되는 기존의 연구 결과에 의심을 품게 하고, 향후 과학 발전을 막는 장애 요인으로 부상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과학자들도 ‘잘못된 정보’의 확산에 적극 대응하고 있다. 마스크 및 백신 무용론이 퍼지자 정부 발표에 직접 참여하는 과학자들의 모습도 종종 볼 수 있다. 잘못된 정보가 퍼지지 않도록 과학자들과 대중과의 소통은 더욱 적극적인 모습으로 변화하고 있다.
■ 시사점
데릭 뮬러는 공학물리를 전공한 과학 커뮤니케이터다. 그는 과학 정보를 전달할 때, 전문가의 위치에서 일방적으로 설명하는 대신 누구나 관심을 가질 법한 아주 트렌디한 방법을 활용한다. 그렇기에 그의 영상을 본 사람들은 그가 물리학의 법칙에 반하는 엄청난 실험을 성공시켰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이 실험이 어떻게 물리학에 반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었는지’에 대해 다양한 추측 댓글을 달며 서로 토론한다.
넷플릭스(NETFLIX) 다큐멘터리 ‘그래도 지구는 평평하다(Behind the Curve)’에 출연한 한 전문가는 “잘못된 과학을 주장하는 사람들의 탐구심을 잘 활용한다면 오히려 과학발전에 도움이 될 것”이라 말했다.
과학기술과 그로 인한 혜택이 커지고 있음에도, 과학은 다른 분야에 비해 유독 대중의 진입 장벽이 높은 분야로 여겨져 왔던 것이 사실이다. 과학에 대한 잘못된 믿음과 추측이 단순한 재미거리나 음모론의 소재로 계속해서 소비되지 않게 하려면, 데릭 뮬러의 실험같이 흥미를 유발하면서도 과학에 대한 올바른 정보를 교류할 수 있는 소통 콘텐츠를 더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동향리포트>는 글로벌 과학기술문화, 과학·수학·정보 교육 분야의 정책 의사결정자들을 위한
국가별 정책, 연구조사보고서, 유관기관 동향 등 시의성 있는 유용한 정보를 제공합니다.
본 저작물은 공공누리출처표시에 따라 이용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