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 2만 2천 명 중 흑인 155명”… 인종차별 해결 나선 영국
영국연구혁신기구가 과학계에 만연한 인종차별을 해결하기 위해 8백 만 파운드(약 126억)를 투자할 방침이다.
그 목표는 연구현장의 다양성을 확보하고, 이를 통해 연구 문화를 혁신하는 것이다.
■ 주요 동향
영국 과학계 내 인종차별이 최근 화두가 되고 있다. 영국의 교육 컨설팅 회사 리딩 루츠(Leading Routes)는 보고서를 통해 “2016년~2019년 사이 연구 기금을 받은 박사 학위 소지자 2만여 명 중 흑인 또는 흑인 혼혈은 245명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또 고등교육 통계청(Higher Education Statistics Agency)에 따르면, 영국 교수 22,795명 중 흑인은 155명에 불과하다. 그중에서도 여성은 40명에 머물렀다. 이는 영국 과학계가 인종 및 성별 차별로 재능 있는 사람들을 몰아내고 있다는 의미다.
한 흑인 과학자는 이에 대해 “영국 과학계에선 흑인에 대한 편견이 여전히 존재한다”며 “그렇기 때문에 소수 민족 연구원들이 견뎌야 하는 고통이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차별은 인종, 성별 등 ‘좁은’ 기준에 충족되지 않은 사람들을 배제시킨다. 이는 연구 생태계를 좁히게 되고, 전반적인 과학 경쟁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
이에 영국연구혁신기구(UK Research and Innovation Agency, UKRI)는 8백만 파운드(약 126억)의 자금을 투입해 영국 대학에 재학 중인 흑인, 아시아인 및 기타 소수 민족 학생들을 지원할 방침이다. 해당 지원자금은 주로 유색인종 학생들이 학위를 취득하고, 관련 연구 지속하는 데 쓰인다.
UKRI는 이에 더해 영국 대학 문화 자체를 개선해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한다는 방침이다. UKRI는 보다 공정한 대학 입학 기준을 개발하는 한편, 흑인, 아시아인 및 소수 민족 여성 교수의 수를 늘리기 위한 프로젝트에 돌입한다. 여기엔 각종 멘토링, 훈련 및 조언을 바탕으로, 대학원 수준에서 소수 민족 학생의 수를 늘리는 것도 포함된다.
■ 현황 분석
국내 과학자 사회가 가진 불평등도 지속적으로 지적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성차별이다. 2019년 한국연구재단 자료에 따르면, 국내 과학기술 연구인력 성비는 약 2:8에 이른다(여성 19.3% : 남성 80.7%).
연구 규모가 커질수록, 여성 연구책임자가 적어지는 현상도 있다. 5천만 원 미만 소형 연구과제 중 여성이 연구책임자인 과제의 비율은 34.4%다. 반면 10억 이상 대형 연구과제의 경우, 여성 연구책임자는 5.6%에 머물고 있다.
팬데믹은 이러한 불평등을 가속화시켰다. 2021년 한국연구재단은 ‘코로나 팬데믹이 몰고 온 연구문화의 변화’ 보고서를 통해 “코로나19로 인해 여성 과학자 논문·공동연구 참여율이 폭락했다”고 밝혔다. 이는 아동돌봄 시설이 문을 닫으면서, 여성 연구진이 육아를 맡는 경우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학벌에 따른 편견도 존재한다. ‘한국 과학자의 경력초기 생산성과 인정의 결정요인들(2011)’ 논문은 이를 잘 보여준다. 그에 따르면, ‘출신 대학원의 위신이 높을수록’ 그리고 ‘국내 대학원보다 해외 대학원 학위자일수록’ 박사 후 3년간의 생산성이 높고, 동료들에게 더 많은 인정을 받는 현상이 나타난다.
■ 시사점
‘과학계에선 개인적 특성(성별, 인종 등)이나 학연 등의 사회적 관계로 그 업적을 차별하지 않을 것’이라는 인식이 있다. 그러나 과학자 사회 또한 각종 차별과 편견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이를 잘 나타내는 현상이 ‘마틸다 효과(Matilda Effect)’다.
마틸다 효과는 여성 과학기술인이 겪는 유리천장을 나타내는 용어다. 같은 업적을 쌓더라도, 여성 과학기술인이 남성에 비해 과소평가 됨으로써 역사에 기록되지 못하는 현상이다.
비슷한 용어로 과학자 사회의 부익부 빈익빈을 표현하는 ‘마태 효과(Matthew Effect)’가 있다. 이미 유명세를 쌓은 과학기술인은 점점 더 유명해지지만, 그렇지 못한 이는 인정을 받지 못하는 현상을 말한다.
정부는 연구 현장의 차별을 극복하는 정책을 개발해야 한다. 과학계도 다양성을 확보하고, 지속적으로 유지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이는 연구 우수성을 확보하는 방안이기도 하다. 지금껏 다양성이 부족했던 과학계에 ‘차이에 열광하는’ 문화가 정착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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