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과학교육에서 AI 활용은 주로 교수·학습·평가 도구로서의 AI 역량에 집중되어 있다. 그러나 AI가 과학의 본질(NOS, Nature of Science) 자체를 어떻게 변화시키고 있으며, 그 변화가 청소년 과학교육에 무엇을 의미하는지에 관한 논의는 심각하게 부족하다(https://www.science.org/doi/10.1126/science.adm9788)
- 최근 Ho-Yin Chan & Sibel Erduran(옥스퍼드대학교 교육학과)이 Research in Science Education에 발표한 “How scientists' narratives on AI signal a new era for science education”라는 메타 연구 논문이 주목을 끌고 있다.
- 이 논문은, 2021-2024년 사이에 네이처와 사이언스에 게재된 151개 논평을 분석해 과학자들이 AI의 역할과 사회적 의미를 어떻게 서술하는지를 분석해 향후 과학 교육과 과학 소통의 주는 교훈을 탐구했다.
- 분석은 인식론적 네트워크 분석(Epistemic Network Analysis, ENA)를 활용해 시간에 따른 과학자들의 논평 속에 개념의 변화를 시각적으로 비교분석했다.
▶ 주요 내용
- 과학적 실천(Scientific Practices)이 중심 개념
전문가 논평들은 NOS의 여러 차원을 다루되, 과학적 실천을 중심 개념으로 다루었다. 이를 둘러싸고 과학적 가치와 사회적 가치가 핵심 고려 사항으로 부상했다.
- ChatGPT 출시(2022년 말)를 기점으로 담론의 무게중심 이동
인식론적(epistemic) 측면이 여전히 중요한 초점으로 유지되면서도, 2022년 말 ChatGPT 출시 이후 사회·제도적 차원으로 관심이 이동했음을 보여준다.
- 생성형 AI가 만들어내는 새로운 인식론적 권위
생성형 AI의 부상은 과학과 교육 분야에 새로운 인식론적 권위 층을 형성하여, 인간 전문가와 동료 심사 지식의 전통적 지배 구조를 흔들고 있다. 생성형 AI가 확률적 데이터셋에서 유창하고 권위 있는 콘텐츠를 생성하는 능력은 과학적 지식이 매개되는 방식을 재정의하고 있다.
- 인식 주체성(Epistemic Agency) 위협
비판론자들은 생성형 AI가 과도한 의존과 인식론적 수동성을 조장함으로써 인간의 인식 주체성, 즉 능동적으로 지식을 형성하고 비판하는 역량을 침식할 위험이 있다고 경고한다. 특히 AI 출력물이 구체적 근거나 투명성이 결여될 수 있는 교육 환경에서 이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 전 세계 과학 교육과정의 현황과 격차
사회·윤리적 차원으로의 이동은 전 세계 소수의 교육과정에서만 반영되고 있으며, 브라질·이탈리아·대만의 과학 교육과정 분석에서는 NOS의 인지적·인식론적 특징에 대한 과잉 강조 경향이 관찰된다. 이는 여러 국가에 AI 시대에 맞는 NOS를 재정립하는게 시급하다는 것을 뜻한다.
▶ 시사점: 논문 내용에 전적으로 기반해 작성된 내용이며, 이미 한국 교육부와 교육계가 검토 중이거나 도입한 내용이 있을 수 있습니다.
- 한국 과학 교육과정의 NOS 편향 가능성
NOS의 인지·인식론적 특징 편중 현상은 한국도 자유롭지 못하다. 한국의 과학과 교육과정(2022 개정)은 탐구 역량, 과학적 사고력 등 인식론적 차원에는 상당한 비중을 두지만, 과학의 사회·정치적 구조, 거버넌스, 윤리적 제도에 대한 학습은 여전히 부차적인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 논문이 "사회·제도적 NOS를 교육과정에 반영한 나라가 극소수"라고 지적한 맥락에서, 한국 교육과정 역시 재검토가 필요하다.
- AI 리터러시를 '도구 활용'에서 '과학의 본질 이해'로 확장
한국의 AI 교육정책(2022 개정 교육과정의 디지털 소양, AI 기초 등)은 대체로 AI를 학습 도구로 활용하거나 알고리즘의 작동 원리를 이해하는데 집중되어 있다. 그러나 과학교육에서 중요한 또 하나의 논의는 AI가 과학의 본질 자체를 어떻게 변환시키고 있는지이며, 이 변화가 어린 세대의 교육에 무엇을 의미하는지에 관한 것으로, 이 논의는 너무나 적은 주목을 받고 있다. 한국 과학교육도 AI가 데이터 생성·가설 검증·모델링 등 과학적 실천 방식을 바꾼다는 점을 학생들이 비판적으로 이해하도록 교육 목표 재검토가 필요하다.
- 생성형 AI 시대의 '인식 주체성' 함양
논문이 경고하는 생성형 AI의 인식론적 수동성 문제는 한국 교육에서도 특히 심각한 문제로 인식할 필요가 있다. 생성형 AI의 확률적 본질은 과학의 증거 기반 인식론과 대조된다는 점에서, 학생들이 AI가 만든 지식을 능동적으로 검증하고 비판하는 인식 주체성을 길러야 한다. 이는 단순한 AI 리터러시 교육을 넘어, '어떻게 아는가'를 묻는 메타 인지적 역량 교육으로 이어져야 한다.
- 과학 교사 교육의 전환 필요
논문의 핵심 발견인 'NOS에서 사회·제도적 차원 부상'은 현직 및 예비 과학 교사들에게도 새로운 역량을 요구한다. AI가 기존 과학 연구 방식을 이미 바꾸고 있으므로, 학교 과학교육이 과학 꿈나무에게 AI 시대에 NOS를 이해할 수 있도록 준비시키는 문제가 중요해 지고 있다. 한국의 교원 양성 과정도 AI 시대의 갱신된 NOS를 반영하도록 개편되어야 하며, 특히 데이터 편향·알고리즘 투명성·AI 거버넌스를 과학 수업에서 다룰 역량이 교사에게 요구되고 있다.
- 사회·정치적 과학 담론을 수업으로 끌어오기
이러한 전문가 논평이 AI를 주제로 해서 과학에 대한 복합적이고 반성적인 서술을 형성하는 데 핵심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봤을 때, 실제 과학수업에서 이런 논평 자료는 좋은 학습 자료가 될 수 있다. 한국 중·고등학교 과학 수업에서 학자들이 AI의 사회·윤리적 함의를 직접 논의하는 텍스트를 읽고 분석하는 활동을 도입하면, 학생들이 과학을 사회적·정치적 맥락 속에서 이해하는 데 실질적 도움이 된다.
▶ 결론
- 이 논문은 단순히 과학 교실에서 AI를 어떻게 쓸지를 묻는 것이 아니라, AI 시대에 '과학이란 무엇인가'를 무엇을 가르칠 것인지를 묻고 있습니다. 여전히 인식론적 과학교육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한 한국 과학교육이 이 질문에 응답하려면, 교육 과정·교원 양성·교수학습법 모두에서 사회적으로 배태된 NOS(Nature of Science)를 중심에 놓고 근본부터 다시 고민해야 해 봐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