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색언론과 과학소통, 그 적절한 관계는? 공개토론 나선 편집장과 과학자
21년 12월 초, 독일의 대표적인 타블로이드지 ‘빌트(Bild)’는 ‘락다운(lockdown) 주동자들’이라는 제목으로 과학자들의 얼굴을 게재했다.
면역학 전문가 마이클 마이어-헤르만 등은 해당 보도에 언급된 후 방역조치 강화의 원인으로 몰리며 많은 지탄을 받았다.
■ 주요동향
「빌트(Bild)」의 이번 보도는 큰 파문을 불러일으켰다. 결국 언론위원회에 불만 신고 94건이 접수되며, 보도의 위법성 여부 검토가 진행되고 있다.
이에 독일 과학자들이 한자리에 모여 요하네스 보이(Johannes Boie) 빌트 편집장과 생방송 공개토론을 진행했다. 비올라 프리제만(Viola Prieseman) 막스플랑크 연구소 연구원을 비롯한 참석자들은 헬름홀츠 학회, 헬름홀츠 감염연구소, 쾰른대학병원 등 각 기관에서 코로나19 사태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선 사람들이다.
토론에서 과학자들은 “과학자들이 납득할 수 없는 방식으로 지탄받았다"라며 보도 방식에 대해 강력한 비판을 퍼부었다. 보이 편집장은 이에 대해 “해당 보도에 대한 인쇄는 더 없을 것”이라며 간접적으로나마 그 실수를 인정했다. 과학자들은 ‘황색언론(타블로이드 신문)’이 과학 이슈를 다루는 것 자체를 부정하지는 않았다. 암 연구 및 예방홍보에 타블로이드지가 긍정적으로 활용된 사례도 있기 때문이다. 과학자들은 “코로나19, 기후변화 등 과학 관련 메시지를 대중에게 전하는데 미디어 활용은 매우 중요”함을 강조했다.
반면 “과학의 대중 매체 활용이 쉽지 않다"라는 의견도 나왔다. 타블로이드지 등의 대중 미디어는 글보다 시각적 이미지에 더 중점을 두기 때문이다. 또 미디어를 통한 과학 소통은 해당 매체의 편집 방식에 좌우될 가능성도 크다.
언론인의 한계에 대한 지적도 있었다. “과학계 내부에서 종종 이뤄지는 ‘접근법 혹은 데이터 해석에 대한 비판적 논의’가 ‘소수 외부인들의 비판’인지, ‘광범위한 합의가 있는 논쟁’인지 판단하기 어렵다"라는 주장이다.
■ 현황분석
이번 빌트 보도 사건은 단지 일부 과학자의 얘기가 아니다. 실제 작년 「네이처(Nature)」지에 보도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전 세계 과학자 중 15%가 “코로나19에 대해 말한 후 살해 협박을 받았다"라고 진술했다.
이에 코로나19 이후, 대중 매체의 과학 보도 방식에 대한 본격적인 문제 제기가 일어나고 있다. 흥미를 자극하고 극단적으로 변질되기 쉬운 대중 언론은 객관적 정보만을 전달하고자 하는 과학자의 소통 방식과 큰 간극을 보인다. 과학자의 역할이 보다 중요해지고 있는 현시점에서, 과학자는 대중매체의 그 특성을 이해하고 그에 맞게 대응할 수 있어야 한다. 언론사와의 지속적인 대화 및 교류가 필요한 시점이다.
■ 시사점
지구가 멸망하기 직전까지도, 대중은 과학자의 ‘정보’에는 관심이 없다. 방송 진행자는 “혜성이 지구와 충돌할 것”이라고 경고하는 천문학자에게 “외계인은 진짜 있는가?”와 같은 질문을 먼저 던지고, 대중은 과학자가 답답함에 분노하는 얼굴을 밈(meme)으로 만든다.
넷플릭스 영화 ‘돈룩업(Don’t Look Up)’의 내용이다. 개봉 일주일 만에 1억 뷰를 달성한 이 영화는 ‘혜성 충돌’이라는 위기 상황을 전달하며 겪는 과학자들의 어려움을 흥미롭게 그려냈다.
증거 기반의 의사결정이 중요한 키워드가 됨에 따라, 과학자와 대중의 소통은 점점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대중 매체 헤드라인을 장식할 과학자’의 모습에 대해 진중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언론인과 과학자 간 논의가 보다 활발해져야 할 필요가 있다.
결과적으로 현재의 시행착오들을 바탕 삼아, 과학자와 언론인 모두 좋은 소통 사례를 만들고자 적극적으로 노력해야 할 때다. 현실판 ‘돈룩업’은 어느 때에도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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