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입법조사처는 2025년 고교학점제가 전면 시행됨에 따라, 학교 현장의 혼란을 줄이고 안정적인 정착을 위해 <고교학점제의 추진 현황 및 향후 과제>를 주제로 세 차례 전문가 간담회를 개최했다.
그 세 번째 보고서가 2월 25일 발표되었으며, 여기서 도출된 문제점과 쟁점, 개선 방안 등은 향후 정부가 제도 개선에 활용할 예정이다.
* 이 글은 원문을 축약하면서 이해를 돕고자 편집자가 추가한 내용도 있습니다. 정확한 내용과 의미는 원문을 확인 바랍니다.
▶ 주요 내용: 문제점 및 쟁점
1. 최소 성취 수준 보장(최.성.보.): 학점 이수 기준으로 출석(수업 횟수의 2/3 이상)과 학업성취율(만점의 40% 이상)을 병행 적용하는 것이 현장에서 가장 큰 혼란을 일으키고 있다.
- 찬성(유지)측 논리: 출석률만으로 환원하면 사실상 학점제 폐지이며, 공교육에 대한 불신을 초래한다. 최.성.보. 폐지보다는 온라인 학점제를 통한 '추가 이수제'나 '수료' 개념 도입 등 제3의 길을 모색해야 한다.
- 반대(폐지)측 논리: 현장에서 교사들이 미이수를 막기 위해 수행평가 기본점수를 상향하거나 시험 난이도를 낮추는 평가 왜곡이 벌어지고 있다. 미도달 학생 비율이 7.7%에서 0.6%로 급감한 통계는 실질적 책임교육의 성과가 아니라 형식적 행정 수행의 결과일 뿐이다. 최.성.보.가 낙인으로 작용해 학생을 학교 밖으로 밀어내고 있다. 실제 지침 준비 기간도 촉박해서 부실할 수밖에 없었다.
2. 교·강사 인력 부족: 선택과목 확대로 다과목 지도, 출결 처리, 학생부 기재, 학기제 운영 등 교사 업무가 급증했으나 인력 공급이 이를 따르지 못하고 있다. 교육부는 2026학년도 중등교사 선발을 전년 대비 30%(7,141명) 늘리겠다고 했으나, 교원단체는 단순 증원이 아니라 자격 있는 교원의 구조적 확대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3. 선택과목의 평가 방식(상대평가 vs. 절대평가): 2022 개정 교육과정에서 진로·융합 선택과목까지 상대평가가 확대되었다. 이에 따라 학생들이 진로 적성 대신 내신 유불리에 따라 과목을 선택하는 쏠림 현상이 발생하고 있으며, 이는 제도 본래 취지를 정면으로 훼손한다.
4. 정책 정합성 훼손: 고교학점제가 조기 진로 결정과 과목 선택을 전제로 설계된 반면, 대학의 무전공 입학은 4배로 확대되었다. 수능 선택과목 폐지·내신 상대평가 유지를 담은 2028 대입 개편안, 자사고·외고 존치 결정 등 상위 정책들이 서로 충돌하면서 학교 현장의 혼란을 구조적으로 심화시키고 있다.
5. 사교육 유발: 전국 고교생 1,670명 설문에서 70.1%가 "과목·진로 선택에 학원·컨설팅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복잡한 과목 체계가 공교육 강화 취지와 반대로 입시컨설팅 시장을 키우고 있으며, 내신 9등급에서 5등급으로의 개편으로 상위권 경쟁은 오히려 더 치열해졌다.
▶ 시사점
(단계적 이원화) 전면 유지도, 전면 폐지도 모두 부작용이 크다. 공통과목은 출석률+학업성취율 기준을 유지하되, 선택과목(특히 진로·융합)은 출석률 기준으로 전환하는 이원화 방안이 현실적이다. 동시에 미도달 학생을 위한 지원은 낙인 방식이 아닌 온라인 추가 이수제나 수료 개념으로 분리 설계하고, 기초학력 미달 문제는 제도에서 분리해 초·중학교 단계부터 별도 지원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소규모 학교 특례 법제화) 소규모 학교는 현행 학점제 운영 틀을 그대로 적용받을 것이 아니라, 교사 정원 기준 완화, 상주 교사 인센티브, 공동교육과정 참여를 위한 교통 지원을 법령 수준에서 명시적으로 보장해야 한다. 온라인 학교 이수 학점에 대한 불이익 금지도 법제화가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제도가 지역 불평등을 심화하는 역설이 굳어진다.
(진로·융합 선택과목 우선 절대평가) 과목 선택권 보장은 절대평가 없이는 작동하지 않는다. 상대평가가 유지되는 한 학생들은 적성이 아닌 등급 취득 전략으로 과목을 고를 수밖에 없다. 특목고·자사고 환경에서 절대평가가 일반고에 불리하다는 우려는 타당하지만, 이는 입시 구조 전체의 문제이지 학점제 내부에서 상대평가를 확대해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과목 선택형과 과정 제시형의 병행) 학생 스스로 개별 과목을 조합하는 순수 과목선택형은 정보력과 사교육 접근성이 좋은 학생에게 유리하다. 진로 계열별로 권장 이수 묶음(과정)을 제시하고 그 안에서 선택하는 과정 제시형을 병행하면, 정보 격차를 줄이고 교사의 진학지도 부담도 낮출 수 있다.
(교육부 내 정책 정합성 회복) 무전공 입학 확대, 수능 상대평가 유지, 자사고·외고 존치라는 대입·학교 정책들이 고교학점제와 충돌하는 한, 현장의 혼란은 구조적으로 해소되지 않는다. 이 문제는 교육부 내 정책 조정이 아니라 대통령 직속의 국가교육위원회 수준에서 전체 교육정책 간의 정합성을 검토하고 일관된 방향을 제시하는 거버넌스 개혁이 필요하다.
▶ 결론
교사와 전문가들은 공통으로 제도를 폐지하거나 원점 복귀하기보다, '과목 선택권 확대'라는 방향성은 유지하되 현장 여건과 괴리된 실행 구조를 빠르게 수선하는 방향을 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