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글은 미국 국립학술원에 올라온 브랜든 오그부누 교수 인터뷰 내용을 각색해 작성했다.
* 그는 역학, 유전학, 진화 분야의 복잡한 문제를 연구하는 계산 생물학자이며, 예일대학교 생태-진화-생물학과 부교수이자 산타페 연구소 교수이며, 예일 과학사회연구소의 설립자 겸 소장이다.
* 그는 과학, 공학 또는 의학 분야의 이슈와 발전을 일반 대중에게 전달하기 위해 창의적이고 독창적인 활동을 펼친 뛰어난 과학 커뮤니케이터이자 과학자이다. 그의 업적을 기리고자 미국 국립과학원(National Academies)은 <에릭 앤 웬디 슈미트 과학 커뮤니케이션 워어드>을 2024년에 수여하기도 했다.
* 오그부누 교수는 최근 에세이를 통해, “만약 내일 당장 대학 미식축구가 금지된다면 미국인들은 즉시 항의할 것입니다. 하지만 과학이 공격받을 때는 비과학자들 사이에서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는 사람이 거의 없었습니다. 이것이 우리 연구실에서 생산된 전문적인 과학과 우리 연구를 지원하는 세금을 내는 사람들의 세상 사이에 효과적인 다리를 놓는 데 실패했음을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라고 밝혀 과학소통 실효성에 대한 의구심을 키우고 있다.
▶주요 내용
- 과학이 사회와 사회계약을 맺고 있다는데 동의하는가?
* 명확한 계약이라기보다 과학자들이 납세자의 돈으로 자연 세계 지식을 진지하게 추구한다는 모호한 암묵적 개념이라고 생각 한다
- 과학적 발견뿐만 아니라 과학적 과정에 대한 대중의 이해를 높이기 위해서 어떤 전략이 필요할까?
* 실패를 이력서에 포함하거나, 강연에서 자신이 틀렸던 아이디어와 그 이유를 솔직히 공유하는 방식이 효과적이라 생각한다. 이는 연구를 더 흥미롭고 정확하게 전달하며, 과학이 오류와 수정의 과정임을 알려준다.
- 당신은 과학이 조직되는 방식이 역사와 권력의 산물이라고 주장했다. 이러한 경로 의존성이 과학과 사회의 관계를 어떻게 재편했는가?
* 대학의 학과 구분(생물학, 역사학, 물리학 등)은 자연의 객관적 반영이 아니라 수십~수백 년 전 누군가의 선택이다. 이 구조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니지만, 어떤 것이 본래 자연스럽고 어떤 것이 문화적 구성물인지 구별해야 한다. 그래야 더 창의적이고 다양한 사람들이 접근 가능한 과학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
- 과거 기고문에서 연구자 개개인의 과학적 스타일을 강조하는 게 대중이 과학에 더 쉽게 다가가는데 도움이 된다고 주장했다. 어떤 방식으로 가능한가?
* 음악·영화·시각예술처럼 과학에도 스타일이 존재하지만, 잘 드러나지 않는다. 과학자마다 세계를 바라보고 연구하는 방식이 다르다는 점을 부각 시키면, 과학에는 단 하나의 정답만 있다는 선입견을 깨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다양한 접근 방식 자체가 발견을 촉진하며, 더 많은 사람이 과학에 친근감을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한다.
- 현재 우리가 소통하는 방식이 과학의 핵심가치인 진실 추구에 대한 사회적 이해를 효과적으로 돕고 있을까요 아니면 방해하고 있을까요?
* 전반적으로 방해하고 있다. 과학의 과정을 대중에게 제대로 전달하지 못해 왔으며, 이상적인 과학 소통은 일방적 전달이 아닌 진정한 교류·대화·변증법적 과정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주고받는 의견, 점진적 개선, 의견 차이까지 전체 대화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 또한 당신은 메타 과학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과학의 과학”을 통한 통찰력이 왜 중요한가요? 과학의 작동 기제를 이해하는 것이 왜 사회적 지지와 이해 구축에 도움이 되는지 설명 바랍니다.
* 메타과학은 과학적 방법과 어휘로 과학 자체를 들여다본다. 누가 참여하고 배제되는지, 어떤 질문이 던져지는지, 명성은 어떻게 형성되는지 등을 분석함으로써, 과학사·과학철학에서 다뤄온 질문들에 비판적 관점을 더한다. 이를 통해 과학이 중립적·객관적 존재가 아닌 사회적 맥락 속에서 작동한다는 이해를 높여 사회적 신뢰를 더 탄탄하게 구축할 수 있다.
- 과학자의 과학소통 활동을 지원하려면, 학술 인프라와 시스템을 어떻게 개선해야 할까요?
* 현재의 종신 재직·승진 제도는 대담한 시도보다 현상 유지와 네트워크 활용에 보상을 준다. 창의성보다 인맥이 중시되는 구조에서는 혁신이 나올 수 없다. 선택 편향으로 인해 독창적인 연구자들이 경력 초기에 불이익을 받는 현실을 바꾸어야 하며, 다양한 과학 활동 방식을 정당하게 평가하는 제도적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 마지막으로 향후 10년 동안 과학 소통의 비전은 무엇이며, 과학연구, 소통, 지원 방식에 어떤 변화와 혁신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시나요?
* 지식과 도구에 대한 접근 불평등을 해소하여 전 세계에서 더 많은 과학적 아이디어와 재능을 발굴하는 것이 목표다. H-인덱스 같은 네트워크 의존적 생산성 지표를 버리고 창의적 연구를 장려해야 한다. 연구자들은 스스로 전문 논문 작성보다 복잡한 개념을 일반 대중에게 풀어내는 것이 훨씬 어렵고 가치 있는 지적 작업임을 인정해야 한다. 대중을 향한 소통이야말로 과학의 진정한 기술적 최전선임을 명심해야 한다.
▶ 시사점
- 한국도 과학기술 투자 규모는 세계 상위권이지만, 일반 시민이 과학의 가치를 체감하고 지지하는 문화는 약하다.. 납세자와 과학자 사이의 신뢰 기반을 새롭게 설계하는 “사회 계약”이 요구되고 있다.
- 한국 학계는 여전히 논문 실적 중심으로 연구자를 평가한다. 대중 에세이나 과학 커뮤니케이션 활동을 높은 수준의 학술 업적으로 인정하는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
- 실패와 과정을 보여주는 새로운 과학소통 문화가 필요하다. 틀린 가설, 반복된 실험, 수정의 과정을 공유하는 것이 오히려 과학에 대한 신뢰를 높인다.
- 분과 중심과 칸막이 학과 구조, 네트워크와 인맥 중심의 현재 학술연구생태계는 창의적이며 독창적인 연구를 방해한다. 새로운 과학소통의 비전은 이러한 문제점을 극복하는 데 우선해야 한다.
- 과학적 사고와 도구에 접근할 수 있는 사람이 소수에 불과한 현실은 한국 교육에서도 마찬가지다. 지역·계층·학력을 넘어 과학적 사고를 키울 수 있는 개방적 환경이 필요하다.
▶ 결론
- 이제 과학기술인들은 기존 연구 성과를 넘어 과학의 과정과 가치를 사회와 나누는 소통 역량을 핵심 경쟁력으로 삼아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