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연구자 대신 ‘유망 과학연구’ 선정한다
빠른 심사와 편향성 우려 사이에서 균형점 모색
▶ AI가 연구비 심사에 본격 도입되기 시작했음. 과학학술지 사이언스(Science)가 8월 29일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대학, 공공 펀딩기관, 벤처캐피털이 대형 언어 모델(LLM)을 활용해 방대한 학술 문헌을 빠르게 스캔·평가한 후 ‘상업화 가능성’이 높은 연구 식별 방법을 모색하고 있음
▶ 이러한 AI 도입 접근은 연구비 심사 속도를 크게 높이고 기존의 심사 시스템에서 노출되지 않았던 혁신 연구 발굴 가능성을 열어주지만, 동시에 편향성과 기밀성 침해 우려를 낳고 있음
▶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의 기후솔루션촉진단(CSC, Climate Solutions Catalyst)은 AI를 활용한 연구비 지원의 대표적 사례임. 2025년 기후재단 기부금 160만 파운드로 시작된 이 프로그램은 연구원 세사르 킬로드란 카사스(César Quilodrán Casas)가 ChatGPT 기반 AI 도구를 개발해 운영하고 있음
▶ CSC의 운영 방식은 2010년 이후 영국 연구자들이 발표한 10,000건의 연구 초록을 스캔해 상업화 가능성이 높은 논문 160편을 1차 선별하고, 전문가·비전문가 패널 심사를 통해 50편으로 축소한 후 최종 3명의 연구자에게 각 35,000파운드를 지원하는 방식임
▶ 최초 수혜자 중 한 명인 영국 에든버러대 유기화학자 조안나 새들러(Joanna Sadler)는 일회용 플라스틱 식기를 아세톤으로 전환하는 박테리아 연구로 선정되었음. 이 지원금은 학술 연구비와 달리 산업 파트너십 구축, 시장조사 등에도 활용할 수 있어 연구의 상용화 가능성을 크게 높였음
▶ 미국 노스웨스턴대 다슌 왕(Dashun Wang) 연구에 따르면, 남성 교수가 여성 교수보다 특허 취득률이 높지만 상업적 잠재력 자체는 성별 간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음. 따라서 AI가 상업화 가능성이 높은 연구를 능동적으로 발굴한다면 기존 시스템에서 간과되던 혁신 잠재력을 찾아낼 수 있다는 기대가 커지고 있음
▶ AI의 장점은 방대한 문헌을 빠르게 요약해 다른 분야 연구자도 내용을 이해할 수 있게 한다는 데 있음. 이 때문에 미국과학자연맹(FAS)은 최근 백악관 과학기술정책실(OSTP)에 AI를 활용해 연구비 신청서 분석 및 공익 기여도가 큰 첨단 연구를 선별하는 다기관 시스템 도입을 권고했음
▶ 하지만 우려도 만만치 않음. 임페리얼대 경제학자 라마나 난다(Ramana Nanda)는 벤처캐피털이 AI를 활용할 경우 “과거 성공 스타트업과 유사한 기업에만 투자하는 경향을 보인다”고 지적하며, 이는 혁신을 저해할 수 있다고 경고했음
▶ 기밀성 문제도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음. 미국 국립보건원(NIH)은 2023년 연구비 심사자(peer reviewers)가 기밀성을 해칠 수 있다는 이유로 생성형 AI 사용을 금지했고, 영국 연구혁신기구(UKRI)도 2024년 생성형 AI 사용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내놓아 심사 과정에서의 제한을 명확히 했음
▶ 영국 혁신재단 네스타(Nesta)의 조지 리차슨(George Richardson)은 “AI를 ‘큰 필터’로 활용하되, 최종 결정은 인간이 담당하는 방식이 바람직하다”고 평가했음. 그는 특히 특정 문제 해결을 목표로 하는 ‘도전 지향적 펀딩(challenge-driven funding)’에 AI가 효과적으로 쓰일 수 있다고 덧붙였음
▶ CSC의 킬로드란 카사스 역시 “AI는 중요한 가속화 도구이지만 인간의 판단을 완전히 대체할 수는 없다”며 신중론을 강조했음
▶ 이번 보도는 국내 학계에도 시사점을 제공함. 연구비 심사 효율화를 위해 AI 활용 방안을 도입하되, 인간 심사위원의 최종 결정권을 유지해야 함. 동시에 편향성 방지·보안 체계 구축이 선행되어야 하며, 상업화 잠재력은 크지만 기존 시스템에서 간과된 연구를 적극 발굴하는 시스템 마련이 요구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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